카페이야기/베트남 호치민

강가에서 만난 한 잔의 여운, Lyon Coffee의 Cacao sữa đá

jejakso 2025. 4. 2. 18:39

Cacao sữa đá, 한 잔의 깊은 여운

Lyon Coffee의 Cacao sữa đá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어느 오후, 나는 호치민시 1군 kênh Nhiêu Lộc - Thi Nghè(니에우 록 - 티 응에 운하)* 강가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이며 반짝이고, 길가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여유로운 분위기 속을 거닐던 중, 작은 야외 카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거리에 나와있던 파라솔에 ‘Lyon Coffee’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강가 옆에 자리 잡은 이곳은 테이블 몇 개만 놓인 소박한 공간이었지만, 그 자체로 운치가 있었다.

Lyon Coffee의 메뉴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카페에 들어섰다.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파라솔 아래, 몇몇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며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외 에스프레소바에는 커피머신과 각종 음료 재료들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바리스타는 능숙한 손길로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Lyon Coffee의 야외자리

나는 천천히 메뉴판을 훑어보았다. 익숙한 베트남 커피 메뉴들 사이로 낯선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Cacao sữa đá.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아니 어쩌면 관심이 없어서 몰랐을 수도 있다. 습관적으로 카페덴다나 카페스어다를 주문을 해 왔으니가 말이다. 암튼 카카오가 들어간 음료 같긴 했지만, 정확히 어떤 맛일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해도 코코아 일것이란 생각으로 주문을 했다. 

잠시 후, 얼음이 가득 담긴 유리잔에 진한 갈색의 코코아가 내 앞에 놓였다. 한 모금 머금자 진한 초콜릿의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얼음이 서서히 녹아들면서 점점 부드러워지는 맛이 기분 좋게 다가왔다. 단순한 초콜릿 음료가 아니라, 진한 카카오의 풍미와 달콤함과 시원함이 조화를 이루는 한 잔이었다. 아주 고급스런 카카오의 맛은 아니었지만 만족스러운 맛 이였다. 이미 난 커피를 마시고 왔었기 때문에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무더운 호치민 갈증을 해결해 주는 시원한 차를 먼저 제공해 준다.

나는 잔을 내려놓고 강가를 바라보았다. 살랑이는 바람, 반짝이는 물결, 그리고 시원한 카카오 음료 한 잔. 베트남의 카페 문화는 언제나 흥미로웠다. 이곳 사람들은 커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료를 즐기며, 하나의 경험으로 여겼다. 진한 연유커피부터 향긋한 코코넛 커피, 그리고 오늘 마신 Cacao sữa đá까지. 각 음료마다 개성이 살아 있었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있었다.

어느새 해가 기울며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나는 남은 음료를 한 모금씩 음미하며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어떤 순간을 기억하는 건 단순한 맛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 순간의 공기, 분위기, 그리고 그 공간에서의 감정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한 잔의 음료도 특별한 기억이 된다. 오늘의 Cacao sữa đá는 바로 그런 한 잔이었다.

Lyon Coffee의 Cacao sữa đá 포장

잔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는 한잔을 더 포장해서 나왔다. 다음에는 또 어떤 새로운 맛과 풍경을 만나게 될까. 강가의 여운을 가슴에 안고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Kênh Nhiêu Lộc - Thị Nghè(니에우 록 - 티 응에 운하)는 호치민시를 가로지르는 주요 운하 중 하나다. 한때 오염이 심각했던 곳이지만, 대규모 정화 작업을 거쳐 지금은 산책과 자전거 타기에 좋은 명소로 변했다. 특히 저녁에는 운하를 따라 늘어선 카페와 노점들이 활기를 띠고, 조명이 반짝이는 분위기가 멋지다.

https://maps.app.goo.gl/sningvxEfZVuo2c89

 

Lyon Coffee - Cafe hạt pha máy · 97a Đ. Hoàng Sa, Đa Kao, Quận 1, Hồ Chí Minh, 베트남

★★★★★ ·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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