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눈을 떴다. 호치민의 무더운 날씨 속에서 시원한 공간을 찾아 주변을 둘러보던 중, 우연히 2층이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갔지만, 아쉽게도 2층은 개방되지 않는다고 했다. 실망한 마음에 나가려 했지만, 그래도 둘러보니 조용했고 에어컨도 시원하게 나와서 나가기가 아쉬웠다. 게다가 커다란 창이 있어 채광도 좋았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와 결국 이곳에 머물기로 했다. 사실 시간이 많지 않아 체크아웃까지 머물기로 결정했다.
이곳의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었다. 커피 맛도 기대했던 만큼 뛰어나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적한 분위기 덕분에 편안하게 쉴 수 있었으니, 그 점에서 만족했다. 여행 중 예상과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것도 일종의 재미가 아닐까? 조금 낚였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호치민은 정말 덥다. 그래서인지 카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작은 사치를 누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노트북을 챙겨 나왔는데, 과연 이것이 옳은 선택이었을까 고민이 됐다. 여행은 원래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이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늘 해왔기 때문에 약간의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또 다른 방식의 여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즐겁고 유익한 경험이 될 테니까. 한참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을 두드리다 보니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제 다시 밖으로 나갈 시간이다. 다음 목적지는 데탐 스트리트다. 활기찬 거리에서 또 어떤 새로운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여행은 결국 모든 순간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 법이니까.
호치민의 카페 문화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이어져 온 베트남의 커피 문화는 현지 특유의 스타일과 어우러지며 점점 더 다채로운 색깔을 띠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베트남 스타일의 전통적인 카페에서 모던 스타일의 카페로 변화하는 추세가 보인다. 그 결과 태국식 커피와 차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카페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중 Kop Kun Kup은 독보적인 분위기와 개성 있는 메뉴로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글쎄…’라는 의문이 들었다. 차별화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고 할까? 어쨌든 Kop Kun Kup은 호치민시 떤빈군 2동18A Đống Đa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호치민 국제공항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어 여행객들이 잠시 들러 여유를 즐기기에 좋은 장소다. 늦은 밤에 도착해서 쉬고 체크아웃 전에 호치민의 오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할까? 번화한 도심 속에서도 조용한 골목에 위치해 있어 정신없는 호치민 거리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공간이다. 태국어로“감사합니다”라는 뜻을 지닌 ‘Kop Kun Kup’이라는 이름에서부터 따뜻한 정서가 느껴지고, 핑크색 건물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런 면에서는 차별화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카페에 발을 들이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인테리어다. Kop Kun Kup은 태국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듯한 공간으로, 밝고 따뜻한 조명 아래 목재 테이블과 의자가 정갈하게 놓여 있다. 벽에는 태국 전통 장식과 감각적인 일러스트가 배치되어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또한 곳곳에 놓인 작은 식물들이 공간을 더욱 싱그럽게 만들어준다. 한쪽에는 널찍한 창이 있어 자연광이 잘 들어오고, 오전 시간에 방문하면 햇살이 은은하게 퍼지는 공간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에 확인해보니 구글 평점이 그리 좋지 않은 카페였다. 그래도 나는 크게 나쁜 인상을 받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베트남의 여느 카페처럼 좋은 인상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아마도 더운 날씨 속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현지인들은 가성비 때문에 더 그렇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베트남 카페치고는 가격이 비싼 편이니까.
Kop Kun Kup의 메뉴는 태국식 음료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타이 티’와 ‘태국식 커피’다. 진한 커피에 연유가 들어가 특유의 달콤한 맛과 고소한 향이 조화를 이룬다고 하는데, 나는 베트남에 도착한 만큼 태국식 밀크티 대신 코코넛 커피를 주문했다.
코코넛 커피는 코코넛 특유의 고소하고 달콤한 향과 부드러운 커피 맛이 어우러지는 경험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행의 피로를 달랠 달콤함과 고소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음료 외에도 다양한 디저트를 준비하고 있다. 태국의 감성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Kop Kun Kup만의 매력이라고 한다. 하지만 태국 스타일이라… 굳이 나 같은 여행객은 베트남에서 찾지는 않을 것 같다.^ ^
사실 외관의 2층 자리에 끌려 들어온 카페라 어떤 스타일이든 나에게는 큰 상관이 없었다. 만약 2층 자리를 이용할 수 있었다면 감상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https://maps.app.goo.gl/cgHkanSowDLWKBWe7
Kop Kun Kup · 18A Đống Đa, Phường 2, Tân Bình, Hồ Chí Minh, 베트남
★★★☆☆ · 카페
www.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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